안동의 숨은 진주 지례예술촌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번쯤은 해볼 것이다
나를 둘러 쌓아져 있는 모든 연을 잠시 접어두고
복잡한 도시를 멀리 떠나 어딘가엔 있을 법한 한적한 곳에서
그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며칠을 머무르면서
그동안 살아 가기에 바빠
허둥대다 잊어버린 자아도 발견해 보고
고즈녁한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명상에 젖어도 보고픈....
마음만은 간절하지만
이를 막상 행동에 옮기려면 여건도 장소도 그리 쉽지 만은 아닌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실이 아니든가?
그러나 여기 대안이 있으니
아무런 준비물 없이 약간의 숙식비만 준비하고 떠나보자
망설이지 말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만이 희열을 느낄 것이리라
55번 중앙고속도를 타고 서안동 나들목에서 내리면 34번 국도를 만나게 된다
그 국도를 따라 안동시내를 거쳐 영덕 방향으로 가다 보면 임동,진보 방향을 지나
임하댐 입구를 거쳐 박곡교를 건너고 태평교를 지나서 우회전을 하여 수곡교를 넘어
박곡리 방향으로 꼬불꼬불 오르막길을 정신없이 오르다 보면
마침내 내리막길이 나오는데 한참을 끝까지 내려 가보자
임하댐 상류에 마치 숨겨놓은 듯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한옥을 보게된다
이런 첩첩산중에 꼭꼭 숨겨져 있을까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우선 이곳 지례예술촌의 내력을 살펴보면-
지례마을은 조선 숙종 임금때 대사성을 지낸 지촌(芝村) 김방걸(金邦杰 1623~1695)과
그의 중형(仲兄) 방형(邦衡)의 자손이 340여년간 동족 부락을 이루어 주경야독하며 살아온
전형적 사림(士林)의 마을이었는데
임하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있던 고건물 들을 이건·조성하여 1989년 7월에 개촌하였다.
맑은 호수가 있고 산세가 빼어나며, 독서와 창작활동을 하기에 좋은 자연조건을 갖춘 고건축이 있어.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및 회의장소에 쓰인단다
일단은 여장을 풀고 방을 정해야 하는데
어디가 좋을까는 개념치 마라
대자연 속에 고요히 묻혀 있는 곳에 어느 방인들 무슨 상관이랴
우선 숨을 고르고 집을 감싸고 있는 산책로를 따라 한바퀴 돌다 보면
새소리 풀벌레소리 바람소리 쪽빛 맑은 물을 품고 있는 임하댐의 수채화
끝이 보이지 않는 산등성이 너머 또 산등성이의 하늘과 맞닿음....
그리고 밤이 되면 한치 앞을 내다 볼수 없는 칠흑 같이 어두운 밤에
TV가 없는 세상에 대자연의 전원교향곡이 울려 퍼진다
소쩍새 구슬픈 울음 소리와 짝을 찾아 헤메이는 여치소리에
요란스런 개구리의 합창소리와가 어우러지고
잠자는 소나무 가지를 흔들어 깨워 대는 짖궂은 바람소리 들이
반딧불이의 지휘봉 으로 전웡교향곡의 장엄한 협연이 아우러진다
이럴때 꼭 잊지 말아야 될것이 하나 있으니
방문을 열어 꼭~ 하늘을 한번 쳐다 보라
우리가 오래동안 잊고 살았던 은하수가 바로 머리위에서 우주쇼를 하고 있다
너무나 총총히 보석처럼 박혀 뽐내듯 반짝이는 영롱한 별들
이제는 전설처럼 들려 이름조차 아롱거리는 별자리 이름들
거문고 직녀성 북두칠성을 요리조리 찾아 보지만 생각처럼 찾겨 지지가 않는다
그러다 잠이 들면 내일을 잊고 그냥 그대로 눈을 감으면 그만이다
다음날 아침 햇살이 창문을 두드리면 그때서야 기지개를 켜보자
아침이면 물안개 피어 오르는 신비로운 호수의 동양화를 감상도 하고
식사를 하러 갈땐 맨 윗 한옥 서당 마당에서 고추를 몇개 따서 된장에 찍어 먹어 보면
그 맛이 유난히 아삭아삭하고 싱싱하여 고향의 내음을 느끼리라
낮엔 하릴없이 빈둥거리며 의성김씨 종택, 제청, 서당, 객사
이방저방 기웃거리며 구경해 보라
모든 시공이 정지되어 버린 듯한 착각 속에
한옥들의 고풍스런 멋에 푹빠져 보라
그리고 마당 한켠에 다소곳이 자리잡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장독들의 속삭임에도 귀 기우려 보고
또 해질 무렵이면 한없이 잔잔한 호수의 품에 안겨 낚싯대도 한번 드리워 보고
그렇다 지상낙원은 결코 멀리 있는게 아니리라
단 며칠 만이라도 세상에서 상처 받은 마음을 살며시 내려 놓으면
자연의 품은
한없이 너그러워 어루만져 치유해 줄것이다
그리고 돌아 오는 길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