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우울한 날
세상에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 뉘 있으리오만
그리 긴 연륜은 아니드래도 그동안은 그래도 큰일없이
나름되로는 보람되고 즐겁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느날 갑자기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천둥이 치듯
그렇게도 건강하든 아내가 척추 디스크로 몸져 자리에 누워 버린 후부터는
내맘 사방팔방 어느구석을 둘러봐도 흥미롭지가 않은데 그 사람 맘이야 오죽 불편할꼬?
나를 아는 주위 사람들이 하는소리가 저 양반처럼 낙천적인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을거라고들
칭찬인지? 면박인지를 주곤 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 해보면 그 모든 것들이 부처님의
자비로움 이시요, 하나님의 무궁하신 은혜가 아니였든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엉뚱한 이야기가 될런진 모르겠지만
여기서 개미들의 집단 생활을 면밀히 한번 관찰 해보기로 하자
그들은 그들만의 엄격한 체제가 있어
먹이를 저장하기 위하여 오로지 일만 열심히 하는 일개미가 있는가 하면
자기들의 성을 지키기 위해 전투 테세를 갖추어 침입자를 막으려는 병정 개미도 있고
오로지 종족 번식을 위해 로얄제리를 먹으며 알을 낳는 여왕개미가 있듯이
흡사 우리의 인간 관계나 별반 다름없이 자기들만의 사회를 구성하여
태어나고, 일하면서, 병들며 죽어간다
아마 인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린 생각이 있고 그들은 본능만이 있을 뿐이겠지
아무튼 그들 나름되로 수백 아니 수천마리가 하나되어 열심히 힘을 모아 굴을 파서
집을 지어 놓고 방도 만들고 오래동안 먹을 양식을 저장해 놓은 그 엄청난 제국의 도시에
어느날 하늘에서 폭포와 같은 거대한 뜨거운 물기둥이 쏟아져 내리더니만
동료들 수백마리가 대홍수에 떠내려가 죽고 공룡과도 같은 거대한 바위 같은 큰 물체가
도시전체를 이리저리 종횡무진하며 헤집고 다니더니만 수천마리가 순식간에 죽고 파괴되어
흔적도 없이 멸망 해버린 그들 제국의 최후엔-
나 란 인간이 술에 취한날
마침 그들의 제국에 방뇨를 해서 일어난 아주 하챦은 일이란 걸 그들이 어찌 알까?
"신은 죽었다며 이제 더이상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껄이던 알량한 철학가도 있었다
한량없이 넓은 우주속에서 이제 겨우 옆에 지구 옆에 달린 달나라에 갔다와선 우주과학을 이야기하고
화성에서 보내온 사진 몇장으로 최첨단을 논하는 인간들이
그들을 관장하는 무한한 섭리가 있다는걸 어찌 이해할 수 있으며?
맹장염 수술 정도나 이제 겨우 치료 하고는 에이즈나 암은 차치 하고라도
그 흔한 고혈압, 당뇨,뇌졸증, 치매........ 그 어느 것도 하나 제대로 치료도 하지 못하는
아니 무좀 한가지도 제대로 완치를 못하고도 최첨단 의료라나? 뭐라나?
내일을 알수없는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는 너무 초라한 자아를 이제야 발견하고는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보잘것 없는 인간들이 오늘도 잘난체 하며 어께를 부풀리고 고만고만한 키를 잰다
하챦은 개미나. 보잘것 없는 인간이 무한한 자연의 섭리속에 무엇이 다르랴 만은
우울한 오늘이 지나고 나면 그래도 우리에겐 내일 또 어김없이 다시 해는 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