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 들어 서면서 경북 경산시 에서는 대추아가씨 선발대회를 비롯하여
축제의 여러 가지 행사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나의 눈길을 끄는 곳은 각설이 마당이였다
이용식씨가 사회를 맡아 보는 주 행사장인 대추아가씨 선발대회는
짜여진 프로그램 되로 진행 하다 보니 지루 하다는 느낌마져 들어
슬며시 빠져 나와 축제장을 이리 저리 둘러 보던중 주 행사장 만큼이나 많은
인파가 몰려 있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각설이가 진행 하는 품바 마당 이였다
대개의 각설이를 보다 보면 억지 모션에다 노래 몇곡 하다 실없는
농담 몇마디를 듣노 라면 금방 식상해져 발길을 돌리곤 했는데
이 각설이 들은 진행 부터가 판이 하게 달랐다
현란한 춤솜씨 하며 관중을 휘어 잡는 개그가 날 붙들어 매는 것이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관중이 많은 이유가 있었구나
제1막(내가 분류한)에서는 배가 불룩하게 나온 맨살에다 얄궂은그림을
그려 놓은채 넉살을 늘어 놓는데-
요즈음은 대학을 안 나온 사람을 오히려 찾기 힘든 시대인 만큼
자기 패밀리들(4인)도 시대에 편승하여 모두 대학을 나왔단다
그 학력을 일일히 소개 하자면
저 뒤에 비쩍마른 못 생긴 저 친구는 [연대] 나왔는데
서울 수도사령부의 제11[연대]를 나왔고
그 옆의 키 자그마 하고 잘생긴 저 친구는 [고대]를 나왔는데
미장원에서 자기 더러 파마가 잘 어울린 다고 했지만 자기는
기어코 고대를 하고 나왔다나
그리고 자기는 좀 부끄럽지만 지방대를 나왔는데 지방에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고 물어 봐 달래
그랬더니 관중 중에 싱거운 사람이 그럼 어느 지방의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고 하니까
부산의 [해운대]를 나왔 단다 모두가 까르르 넘어간 거야
그리곤 이 만큼 여러분을 웃겨 드렸는데 일단은 엿을 좀 사줘야 신사의 도리가 아니냐며
그들이 말하는 패밀리 들이 쭈욱 나오면서 엿을파는데 워낙 재미 있으니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도나도 엿을 사는데 나도 한 봉지를 샀지
그리고 연이어 제2막 에서는 [고대]를 나왔다는 친구가 나오더니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는데
'불효자는 웁니다' "타향살이" "단장의 미아리고개"등 60년대의 암울 했던 시절의
구슬픈 노래만 부르며 검정 고무신으로 땅을치며 흐느껴 부르는가 하더니만
나중에는 정말 눈물까지 흘리드라구
점점 분위기는숙연 해는가 했더니만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한 아주머니 한분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나오더니 거금 만원을 그 친구 깡통에다 넣어 주는 것이 였어
그러자 여기 저기에서 스스로 돈을 그 깡통에다 만원, 오천원, 천원씩을 넣는걸
나는 신기 한듯이 넋을 잃고 쳐다 본거야
그 와중에서도 이친구 울다가도 "이렇게 통곡을 하면서 애원을 하는데 세상에
천원짜리를 넣는 사람이 있다" 면서 관중을 울리기도 금방 또 웃기기도 하고...
또 이어지는 제3막에서는 해운대를 나왔다는 친구가 다시 나와서 웃기기 시작 하는거야
자기는 지금은 이렇게 초라하게 길거리에서 각설이가 되었지만
예전에는 가수 지망생으로 원대한 꿈을 안고 꽤 유명한 밤무대에도
뛰면서 열심히 노래 공부를 했지만 결국 운이 따르질 않아 성공한
가수가 되진 못 했지만 무명가수로써 음반을 많이 내 놓았다며
자기가 취입한 노래를 테잎이든 CD든 원하는 되로 한 사람이
4개들이 한셋트 씩만 고맙다는 인사로 공짜로 드린단다
꼭~ 필요 하신분은 손 들어 보라고 그랬더니 여기저기 에서 많은 사람들이
손을 번쩍 들며 달라고 아우성이야
차례차례 모두 드릴테니 받으신 분은 가실때 그냥 만원씩만 주고 가라고 ^^
전형적인 트롯트메들리 테잎 였는데 이것도 여기저기서 사는데 정말 많이 팔리는 것이 였어
이렇게 해서 자기들은 돈을 좀 벌었는데 자기들이 워낙 유명 해져서
전국 각지에서 공연하러 와 달라고 빗발 같은 성화란다
그래서 맨날 이리 저리 불려 다니느라 돈 쓸 시간이 없다나?
거기다가 돈은 엄청 있지만 누가 거지 보고 돈 빌려 달라는 사람도 없고
또 거지 보고 보증 써 달라는 사람도 없으니 남은건 돈 밖에 없단다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한 시간 30분 정도를 혼이 빼았긴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혼자 생각을 해봤다
요즈음 유행 처럼 생겨나는 수많은 각설이 공연단중 겨우 엿이나 팔아 몇푼 벌고
아니면 오픈 이밴트 행사에 시간이나 떼워주고 몇푼을 받는 그런 흔한
각설이 팀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이 친구들은 먹고 살길이 없어 각설이를 한게 아니고 프로정신으로 무장하고
관중들을 정말로 즐겁게 해준 그들은 진정한 각설이 품바 공연단 이였다
정말 프로는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