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가면서/일상 이야기

늦깍이 취미

오라이파이 2009. 9. 8. 01:04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누구나 산에는

한두번 올라 가 보았을 것이다

 

산을 좋아하는 메니아 들이야 두말 나위도 없지만

산 오르기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하다 못해 단풍 구경을 하러 가든지
진달래 철쭉을 보든지 아무튼 관광으로도 구경하러 갔을 것이다

 

우리 세대야 산에 오르는 목적이 취미로, 관광으로, 건강을 위한 것이겠지만
우리 아버지 세대엔 삶이 바빠 그런 목적은 호화로운 사치였을 터이고
땔감을 구하던지 벌초로  성묘로도 산에는 갔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유독 고등학교 시절부터 산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 장비라곤 열악하기 짝이 없는 대부분이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군수 물자이다
군용배낭, 엄청 무거운 군용텐트, 군용 모포, 미제 반합, 항고, 심지어 미제
스푼에, 포크까지....또 있다  "똥구두" 라고 부대에서 페기처분한  워카가 
그 당시엔 유일한 등산화이자  최고의 폼이였다

 

이런 기본 장비에다 쌀2되, 꽁치통조림 네,다섯개, 김치1포기 등등을
차곡차곡 넣으면  30kg이 최저인 그 무거운 보따리를 메고
주말이면 팔공산, 가야산, 비슬산으로 방학이면 설악산으로 지리산으로
성인봉으로 거제도로 헤메이고 다니기 시작한게.....

 

어느날 하릴없이 우연히  내가 다닌 등산 횟수를 셈 해보았다
약관 스물살 이전 부터 육십이 넘은 지금 까지면 약 40년 정도이다
군대에서 전역후 바로 입사한 회사 산악회 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산악회는 항상 두 세군데 이상은 정기산행을 했고 한번 가입한 회의
산행에는 성격상 거의 빠짐이 없었다

 

52주 곱하기 40년 이면   허~걱 2.080회다
후다이 80번은 빠졌다 치드래도 2.000번은 분명 산으로 올랐다는 결론이다
아니 그 보다 훨씬 더 많이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주제는 등산을 많이 다녔다는 자랑을 하려는게 아니고
이렇게도 좋은 산을 두고  왜? 낚시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30도를 오르내리는 땡볕에서도 쪼그리고 앉아  낚싯대만 바라보고
온몸을 모기에게 물리면서도 찌만 바라보다 밤을 지세우고
엄동설한 그 추위 속에서도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고기를 기다리며....
쯧쯧... 한심한 친구들...
거기에다 상습적으로 거짓말까지 한다
어디에서 몇자 짜리를 잡았다네~ 삼,사십마리를 잡다 팔이 아파 관뒀다느니 

 

그렇게 측은하게 그 들을 바라 보든 내가-
지난주엔 낚시대 몇대, 가방, 의자, 받침대, 받침틀, 꼬물꼬물 콩만한 용품들
등산장비 가격과는 비교 되지 않은 거금(?)을 들여 장비들을 사 모았다

 

벌써 낚시를 낮에도 몇번 밤에도 몇번 다녀왔다 
붕어도 잡아 보고 불루길이란 놈은 수도 없이 잡아서 버렸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새는줄 모른 다더니
이제 나도 한심한 놈이 되어 간다
이제 나도 곧 거짓말쟁이가 될것 같다

'살아 가면서 >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식 자랑?  (0) 2009.09.08
지독한 고집 불통  (0) 2009.09.08
보고싶다  (0) 2008.01.29
친구야 내 말 함 들어 봐라  (0) 2007.03.17
아내에게  (0) 2006.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