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팠다.
우뇌쪽이 처음엔 무엇에 눌린듯 묵직한 통증이 오더니
이젠 머리카락만 건드려도 가시가 박힌듯 저려온다.
이러다 나아지겠지 하며, 견뎌온게 5일째가 아니던가?
불길한 예감이 드는게 마음에 걸리는 데가 있다.
평소에도 걱정했던 가족력이 생각나고,
지난번에 앓았던 안면신경마비의 악몽도 떠올랐다.
우뇌뒷측이 이젠 욱신거리기 조차했다.
어쩌면 이러다 쓰러지는건 아닐까? 덜컥 겁이났다.
병원에 도착하는 동안도 온갖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나의 말을 경청하며, 문진을 마친 의사 선생님께서도 증세가 염려되니 찰영을 해보잔다.
MRI [자기공명영상으로-전체적인 뇌의 구조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검사] 로도 증상을 알수 있지만,
경제적인 부담이 있긴 하지만 이왕이면
MRA [뇌 중에서 혈관만을 볼 수 있는 검사]까지 같이 찍어 보면 확연이 알수 있단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자주하는 검사도 아닌데...... 하며 결정을 내리곤 까운을 갈아 입었다.
자석으로된 원통에 누운채, 고주파를 내몸에 쏘아 메아리와 같은 신호가 발산되면, 이를 되받아서
디지털 정보로 영상화 한다는 기계에 몸을 맡겼다.
쿵쿵~쾅쾅~ 삐리리~ 따따따다~......
고약한 소리에 불안감이 더욱 증폭된다.
해드폰처럼 생긴 귀마개를 준 이유를 이제야 알것 같았다.
30분정도를 누워 있었는데 혼비백산을 하고 내려왔다.
판정결과를 기다리는 잠깐의 촌음이 내겐 너무나 길고도 초조하게 느껴졌다.
이름을 호명하는 순간, 나는 마치 사형선고라도 받는 죄인 인양 고개를 떨구면서
알지도 못할 영상사진을 쳐다 보았다.
"결과가 아주 좋습니다"
'다른 이상 소견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선생님"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CD]와 [검사소견서]를 받고 문을 나오는 순간
내머리는 그렇게도 맑고 시원 할 수가 없었다.
병원 밖을 나오니 봄햇살이 너무도 따사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