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놀러온 가까운 친구가 지나가는 말로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집에 오래된 진공관앰프가 하나 있는데 사용하지도 않는데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고...."
'진공관앰프'란 말에 귀가 번쩍뜨인 내가
"친구야 방금 뭐랬지? 그거 날 줄 수 없냐?"
그래서 몇번을 졸라, 그 육중하고 버거운 보물상자 하나가
나와 재혼을 하게된 연인이 되었다.
아마 그 친구 애물단지 들고 나올땐 분명 알찌근 했으리라.세월이 얼만데~
그래도 나 였기에 줄 수 있었으리라고 감히 혼자 생각해 본다^^
참으로 곱게 버텨온 세월이였드라.
다시 한번 닦고,벗겨진곳 까만 매직 칠하며 그렇게 상견례 하고......
설레임으로 sourc를 연결하고, 전원 스위치를 켰다,
긴장감 속에 찰라의 순간이 흘렀다.
아름답고, 곱고, 순수한 음율이 귀를 울리더니 이내 심장을 적셔온다.
마치 음파가 나의 온몸을 휘감아 돌아드는듯 안온하다.
실로 얼마만에 들어본 진공관의 파장이드냐. 황홀한 소리다.
음악이 흐르고 흥분을 가라앉힐 즈음이였을까?
녀석의 본체에서 진공관 하나가 번쩍번쩍하며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깜짝놀라 파워를 껏다. 곰곰히 생각해 본다, 혹 내가 잘못 본건가?
혹시나 하며 조심스럽게 스위치를 다시 켜본다. 아까보다 더 달아 오르면서
진공관이 곧 폭발할듯 했다. 또다시 놀라 반사적으로 전원을 껐다.
참담한 심정이였다. 한참후 조심스레 진공관을 소켓에서 뽑아 살펴봤다.
새카맣게 변색이 되어 죽어 버렸다.
이튿날 일찍 교동시장을 찾았다. 학창시절에 드나들었던 '남양전기'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었다. 그 시절 그 사장님, 초로의 할아버지로 변해있었다.
나는 그를 알아 보겠는데, 그는 날 알지 못했다.
"아직도 이런 물건 있나요?" 불쑥 내민 진공관을 자세히 보더니
"정류관이군요".
"ㅋ 난 막연히 출력관인줄 알았는데....."
"이젠 이런건 없답니다, 찾는 사람이 있어야죠^^.
"혹시 있을만 한 곳 없을까요?" "글쎄요~"
예닐곱 군데를 들쑤셔 봤건만.....
이 분야에 조예가 깊은 서울 친구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원한다면 서울엔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단다. 허지만 그 이전에 인터넷에서
구해 보란다. 참!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어렵게 진공관 한개를 구하여 그 자리에 꽂으니, 다른 또 하나가 안된다.
처음부터 두개가 동시에 고장난 걸 몰랐다. 안타까운 시각이 보름여.
지금은 육중한 자태와 고태미를 뽐내며, 다시 예전의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한다,
이렇게 애가 타는 촌음들이 있었기에, 한층더 가까워진 그녀석.
이제는 시간만 나면, 그녀석과의 아름다운 밀애가 계속된다.
연애해 본 사람은 안다. 처음의 그 애틋한 사랑을.
두고두고 사랑을 하리라. 다시 태어난 명품과!
그땐 친구야! 꼭 당신 생각도 함께 하게 되겠지 그쟈~~~~
1980년대에 롯데전자에서 생산된
LA225VT 푸슈플 진공관 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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