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 앞을 자니다 화분 하나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당연히 아름다운 꽃이나 향기에 현혹되어야 함에도, 그냥 아무렇게나 놓여진
화분 하나에 먼저 눈이갔다.
윗부분은 장미 꽃잎처럼 두세겹으로 벌어져 있고 몸통은 진한 암갈색을 띄며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색으로 연출되기도 한다. 다리 3개는 고양이과 발목처럼
딱 벌어진게 보는이로 하여금 안정감을 준다. 그 앙징스러움에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러나 시침을 떼며 아무렇지도 않은듯 주인에게 은근 슬쩍 가격을 건네본다.
아니나 다를까 그냥 화분이 아니고 작품이라며 날더러 보는 눈이 다르다고 공치사를 한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장삿속을 다 내어 보이며 말이다.
실랑이를 하며 거금(?)을 주고서야 그녀석이 내 품에 들어왔다. 기분은 마치 고려청자이거나
이조백자를 경매에서 산듯 괜시리 가슴이 콩닥거린다.
곧장 집으로 오자마자 보물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꺼내어 먼지를 씻어내고 닦고 식탁위에
올려놓아 보았다. 역시 아름다운 자태에 기품이 묻어나는듯 하다.
이녀석의 품에다 무엇을 심을까? 어떤 녀석과 궁합을 맞춰야 어울릴까? 늦은 시간토록
혼자서 온갖 궁리를 해본다.
간밤에 내린 결정은 석장포였다.
마음이야 이른 아침부터 당장 가고 싶었지만 문이 열릴 시간을 참고 기다려야 했다.
평소에 들리던 꽃집에 전화를 했다. 귀한 수종은 아니지만 없단다. 어쩔수 없어 조금 먼곳으로 갔다.
석장포 3포트를 구입했다. 흙을 털어내고 잔뿌리를 잘라내고 깨끗이 씻어냈다.
물을 좋아하는 녀석이라 마사토 없이 물로만 수경재배를 해볼 요랑이였다.
화분 배수구멍을 코르크로 단단히 막고, 물을 채운뒤 석장포를 조용히 내려 놓았다.
새 식구가 또 한녀석 태어났다. 이젠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이 녀석과 사랑스런 눈을 맞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