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가면서/일상 이야기

익지 못한 석류

오라이파이 2014. 10. 22. 13:55

지금 내가 출근하는 곳은 이 도시의 끝자락이다

인가는 거의 끝나고 더러는 논도 보이고 고추밭도, 비닐하우스도 있다.

백여평이나 될까?

과수원이라기 보단 자그마한 텃밭처럼  백여그루 남짓하게

석류만 심어져 있는 밭이 있다.

내가 출근할 시간쯤이면 으례 노 부부 두분이 그 밭에서 무언인가를

부지런히 일을 하고 계셨다.

출근길에 매일 보는 모습이 전형적인 전원 풍경 같아, 참으로 아름답고, 부러웠다.

 

여름으로 접어 들면서 잎이 무성해지고 차츰 석류는 형태를 갖추어 지면서

커가기 시작했다.

그럴즈음 언제 부턴인가 밭에서 노부부가 보이지 않았다.

농사 지식이 전무한 내가 생각 하게엔,  지금 철 부터는 사람의 손길을

일일히 주지 않아도 자라는데는 별 지장이 없는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일주일이 가고, 한달을 지나 여름의 끝자락에 다다르면서

그 싱싱하던 석류는 탐스런 특유의 다홍색으로 익어가기는 커녕

시커먼 색의 흉물로 오그라 들면서 썩어 가는게 아닌가?

절반 가량은 낙과로 떨어져서 썩고, 절반은 나무에 달린채로 썩고 있었다.

안타까웠다.

분명 노부부 두분중에 유고가 생긴것이리라.

한분이 병상에 계시거나, 아니면 작고 하셨거나......

 

이렇게 허무하게 두고 가실 것을

여기에다 얼마나  많은 노력과 애정을 쏟아 부었을까?

 

법정 스님께서 말씀 하시던 [무소유]란 단어가 내내 나의 뇌리에서 맴돈다

언젠가는 모두 내려 놓고 떠나야 하지 않던가

난 지금 무엇에 탐욕을 하고 있을까?

지금의 난 무었을 내려 놓아야 할까?

때아닌 가을비 속에서 상념에 젖어본다.

'살아 가면서 >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장 이야기  (0) 2014.12.15
출근길의 설국  (0) 2014.12.12
두류공원  (0) 2014.09.27
엉뚱한 생각  (0) 2014.08.04
선암사 - 정호승  (0) 2014.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