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로 집안이 어수선하여 나는 물론이고
신랑 생일을 연거푸 두해나 잊어버리고 지나간 초유(?)의 일이 벌어지더니
금년에는 절대로 잊지 말라며 멀리있는 여동생 내외가 전날 케익이랑 꽃바구니를 보내왔다
식구 모두 합쳐 봐야 넷인데도 요즈음엔 다 모여서 식사를 한지가 언제였는지
기억조차도 없는데 오늘 아침엔 정말 오랜만에
축하송을 부르고
폭죽을 터트리며
동생의 고마운 마음이 숨겨진 케익도 잘랐다
날마다 행복인데 오늘은 더 행복한 날 인가보다
근데 진짜 기분좋은 일은 저녁에 있은 일이다
친구들이랑 소주 한잔하고 집에 들어온 시간이 늦은 밤이였다
그것도 태풍 끝자락에 비를 엄청 쏟아 붓는 밤
딩동~ 아내가 문을 열어 주며 반갑게 웃어준다
나 : 여보 나 오늘 생일맞지?
아내 : 맞죠!
나 : 그럼 오늘은 내가 하고 싶은것 다 해 줄거지?
아내 : 좋아요~
그래서 내 고집되로 우린 반바지 입고 슬리퍼 신고
일회용 비닐 우의를 걸치고 남천강을 하염 없이 걸었다
쏟아지는 빗소리를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로 삼고
두손 꼬옥 잡으며 난 고백했다
오늘날 까지 오직 나와 아이들 만을 위해 살아온 당신 정말 고맙고 사랑 하노라고
입이 귀에 까지 걸린 아내도 내게 고백을 했다
행복은 멀리 있는게 아니고 지금 당신이 내 옆에 있어 행복하다고
오늘 저녁은 아마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유치한 사랑을 확인하는 날!
그래서 우린 이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하루를 맞은 부부 란걸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