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하고도 중순이면 정년을 넘어도 한참을 넘겼을 연륜이지만
내 친구들 모두는 이구동성으로 하는 항변이 아직은 청춘이란다.
허지만 그 청춘관리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가 않은게 사실이다.
나의 세대는 조국근대화라는 역사의 축에서 온몸으로 격변기를 감당했고,
인생의 황금시대를 오로지 의식주에 매달려 젊음을 송두리채 헌신했다.
그런 역전의 용병이 어느듯 노병이 되어 훈장을 만지작거리며
무용담을 늘어 놓을 시기가 도래된 것이다
나이 예순이 넘으면 배운자나 못배운자나 거기가 거기다
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긴하다만 그래도 내 전공은 전기공학이다.
지인을 통해 섭외가 들어 왔는데-
경남도의 모모시에 문화예술회관 신축공사 전기책임감리를 맡아 달란다.
전기도면을 본지가 수삼년, 아니 수십년이 지나 까마득하고,
감리자격증에 먼지가 많이도 쌓여있을진데... 이를 어쩌나?.
우선 80여km의 통근거리가 신경쓰이고,
아홉시에 출근해서 여섯시에 퇴근해야 하는데, 2년이란 기간이 문제였다.
걱정이 앞서지만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구나.어깨를 으쓱여 본다,.
또다시 공부를 해야 된다니 가슴이 뛴다, 도전 없는 삶은 죽음이다.
거미줄처럼 촘촘히 그려진 수십권의 두툼한 도면들이 내 책상에 놓여져 있고,
영업사원들이 매일 두고가는 명함들과 전기자재 카타로그들이 수북이 쌓여져만간다.
그 옆엔 엄청난 량의 정보가 담긴 노트북 컴퓨터가 버티고 있다.
지금부터 인생 이모작이다.
여기에다 나의 혼을 불어 넣으리다.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