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가면서/일상 이야기

정월 대보름날

오라이파이 2015. 3. 5. 10:59

 

내가 어린시절엔 정월 대보름이 하나의 큰 명절이였다

색동저고리 입고 어른들의 줄다리기와 지신밟기에 애들은 덩달아 신명이 났다.

부스럼를 깨야 한다며 엄마가 한 웅큼 주머니에 넣어준 오곡 강정의 순수한 맛은

지금의 피쟈나, 햄버그 같은 인스턴트의 느끼한 맛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리곤 밤이 되면 달집 태우는 언저리에, 애들은 깡통에다 구멍을 뚫어 불씨를 넣어

빙빙 돌리며 뛰어노는 재미는,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 처럼이나 소중한 기억이다.

쪼그마한 꼬마의 머리위 떠오른 보름달은

상상만큼 보다 더 크고, 더 훤했다.

이런걸 형국을 두고 지금은 청정국이니 친환경이니 하는가 보다. 

그때보다 겨우 반세기를 조금 지났건만, 이미 낮설은 전설이 되어버렸다.

 

TV에서 정월 대보름이라고 귀뜸을 해주지 않으면,

달력에다 누구 생일처럼 동그라미를 쳐놓지 않으면,

오늘이 음력으로 열흘인지, 보름인지 .......

무공해였던 우리의 순수한 정서를 물질만능으로 완전무정시켜 놓은

나! 자신은

아군인지  적군인지도 모르는 정체성을 가지고 세상을 어지럽혀 놓은 주범은 아닐까?

을미년 벽두에 잠시나마 나를 걱정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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