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너구리가 ~ 파죽지세로 일본 열도를 정통으로 강타하고, 그 여파로 한반도에 소낙비와 바람으로 영향을 미친지 3일째 이다. 이곳은 태풍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건설현장 이다. 위용을 자랑하며 쉴새없이 돌아가든 타워크레인이 멈추어 버리고, 언제나 굉음을 울리며 시멘트를 토해 내던 레미콘 차도 흔적이 없고, 인부들의 고함 소리도 , 그들의 망치 소리 조차도 뚝~ 끊겨져 버렸다. 가끔씩 소스라치게 내려치는 섬광과, 무서운 천둥소리. 콘테이너 사무실 지붕을 훑고 지나가는 요란한 소낙비 소리. 그러한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는 지금은 뇌성보다 더 무서운 적막감이 감돌면서.. 차분함 보다는 오히려 불안하다는 느낌은 왜, 일까?..... 끌쩍 거리든 서류 뭉치들은 손에 잡히질 않고 하염없이 상념에 잡혀 창문에 흩뿌려지는 빗방울의 난타를 바라본다. 나는 지금 망중한(忙中閑)의 행운을 즐긴다.